강소농 현장을 가다 (85) 흙사랑농원

발행일 2021-04-21 11:22:3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빨갛게 익으면 의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는 토마토의 맛

아침마다 토마토 잎을 살펴보는 열정의 농사꾼

키틴미생물 활용 친환경적으로 재배하는 토마토

장향숙 대표와 남편인 나채규씨가 토마토를 손질하고 있다.
최초의 인류는 처음 보는 먹거리를 두고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먹어 볼까’라는 선택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떤 것은 선택을 받았고, 어떤 것은 배척을 당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도 만들어졌다.

선택과 배척을 동시에 받은 먹거리도 있다.

토마토가 대표적이다.

토마토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는 유럽 속담은 맛과 영양의 보고(寶庫)라는 최고의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콜럼버스에 의해 처음 유럽에 전해졌을 때는 ‘사탄의 사과’로 부르던 ‘맨드레이크(가지과의 독초)’를 닮아 독을 품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매우 위험하다’는 의미로 늑대 복숭아로도 불려졌다.

청교도 혁명으로 집권한 영국의 크롬웰정부는 외모가 외설스럽다는 이유로 재배 금지령도 내렸다.

1893년 미국에서는 채소인지 과일인지를 놓고 법정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대법원은 채소라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당시 채소는 관세를 부과했지만 과일은 비과세였기 때문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후 토마토는 현재 어떤 음식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식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5천여 종이 재배된다.

경주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흙사랑농원의 장향숙(54) 대표를 만났다. 장 대표는 남편인 나채규(54)씨와 함께 토마토(재배면적 7천600㎡) 멜론(4천500㎡), 샤인머스캣(4천㎡)을 재배한다.

장향숙 대표가 호박벌을 이용해 자연수정을 하고 있다.
◆농업의 비전을 보고 귀농

올해로 농사경력 5년차의 장 대표를 농업의 길로 이끈 것은 남편이었다.

장 대표는 2017년 귀농 당시만 해도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던 회사원이었다.

농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다만 시아버지가 딸기 농사를 지었고, 남편은 친환경 농업 관련 미생물과 방제기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다.

농업용 미생물을 취급하는 관계로 남편이 자연스럽게 농업에 대한 공부를 한 것이 귀농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농업은 힘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분명히 비전이 있다”며 “농사를 지어보자는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여 귀농을 했다”고 장 대표는 말했다.

현재 2개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1농장에서는 토마토를 재배하면서 후작으로 멜론을 재배한다.

토함산 자락에 있는 제2농장에 있는 연동하우스에서는 토마토 수경재배를 한다.

지난해에 계절별 소득의 안정화를 위해 샤인머스캣을 심었다. 올해부터 소량이지만 샤인머스캣 수확이 시작된다.

한창 익어가는 토마토
◆키틴미생물로 친환경적 재배

“농장에서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친환경적 재배다”라는 것이 장 대표의 설명이다.

아직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친환경 재배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토양관리를 위해 화학비료를 최소화하고 친환경퇴비 위주로 사용한다.

진딧물과 잿빛곰팡이병 등 병해충 방제에도 친환경 약제를 이용해 방제한다.

한번 발생하면 방제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정밀한 관찰을 통해 사전 예방위주로 방제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키틴분해균 미생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키틴은 새우나 게 등 갑각류의 껍질과 곰팡이 등 균류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키틴분해균 미생물을 배양해 농작물에 관주하거나 엽면시비를 함으로써 병해충 예방과 영양공급의 두 가지 효과를 거둔다.

배양방법이 비교적 간단하다.

물에 키틴분말과 미생물, 설탕, 질소질 비료를 넣고 7일간 배양하면 된다.

배양액은 물로 희석해 10일 간격으로 사용한다.

작물의 생장에도 도움을 주지만 토마토나 멜론의 당도가 높아진다. 경도가 높아져 아삭한 식감이 있고 저장성도 높아진다.

장향숙 대표가 연동하우스에서 수경재배중인 토마토를 둘러 보고 있다.
◆관찰이 최고의 기술

장 대표의 하루 일과는 작물의 관찰로 시작된다. 작물의 상태를 살펴보고 그에 맞는 관리를 하기 위한 것이다.

하우스 안에 들어서면 ‘매의 눈’이 된다.

토마토나 멜론의 전반적인 상태를 살펴보고 정밀 관찰에 들어간다.

고랑을 따라 다니면서 잎과 줄기의 상태를 살펴보고 잎을 만져 보면서 점검한다.

잎의 색깔과 두께, 굳기 등을 보고 맞춤형 관리에 들어간다.

비료성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아미노산 액비나 칼슘과 붕소 등 미량원소를 뿌려준다. 반면에 질소질이 너무 많으면 맹물을 이용한 특별처방을 한다.

분무기를 이용해 맹물을 잎에 뿌려 줌으로써 잎에 과다 축적된 질소성분을 줄기와 뿌리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물이 정상적으로 생장 할 수 있도록 한다.

하우스 곳곳에 설치된 온도계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다.

중심부와 가장자리의 온도를 비교하고 측창(옆창)과 천창(지붕창)을 이용해 전체 온도를 조절한다.

“작물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은 작물과 나누는 대화다”며 “관찰을 통해 작물과 교감하고 상생하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장 대표는 강조했다.

수경재배 중인 토마토 뿌리모습
◆함께해요 토담스

장 대표는 경주지역의 토마토 재배 농가들의 모임인 ‘토담스’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다.

토담스는 2018년 경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강소농 교육을 수료한 토마토 재배 농가들이 만든 강소농 자율 모임체다.

현재 21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토담스는 ‘토마토 이야기(담, 談)를 스터디(Study)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매월 1회씩 모임을 갖고 토마토 재배에 대한 공부를 한다.

새로운 재배기술을 익히고 정보를 교환하며 공동 브랜드를 개발해 상품의 가치를 높인다. 토마토와 농장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추진하고 마케팅 기술도 공유한다.

또 포장박스를 공동 제작하는 등 공동사업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회원의 농장을 교차 방문하는 크로스코칭을 통하여 농장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재배기술을 높이고 고품질 토마토를 생산하는 것이다.

토담스는 주경야독하는 스터디 그룹으로 자리잡고 있다.

장향숙 대표가 수확한 토마토를 들고 있는 모습.
◆설마가 부른 참사

지난해 9월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통과하면서 폭우가 쏟아졌다.

수없이 많은 재난문자가 날아 왔으나 농장이 피해를 입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걱정은 됐으나 설마 하는 생각에 방심한 측면도 있었다.

강한 바람과 함께 폭우가 쏟아지면서 농장 옆을 지나는 7번 국도에서 경사진 농장 진입로로 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급한 마음에 삽으로 도로 비탈면의 흙을 떠서 막았으나 불가항력이었다.

빗물이 멜론 하우스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추석을 앞두고 수확을 준비하던 멜론이 물에 잠겨 버렸다.

5대의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퍼냈으나 역부족이었다.

퇴수작업에 3일이나 걸렸다.

대부분의 농작물은 침수가 되면 상품으로 가치가 없어진다.

퇴수작업을 진행하면서 위쪽에 달린 멜론을 수확했으나 30%도 건지지 못했다.

2천만 원 이상이 물속에서 녹아버렸다.

돈보다도 몇 달 동안 정성들인 멜론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

도로 연결부분에 모래주머니 몇 개만 쌓았으며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다.

잠시 방심한 결과치고는 상처가 컸다.

이후로 부부는 일기예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배수로 정비하는 등 재해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조치를 취한다.

비싼 수험료를 지불한 것이다.

◆치유체험농장으로 발전

장 대표는 농장운영 방향을 두 가지로 잡았다.

하나는 저지대에 위치한 제1농장을 토함산 자락에 있는 제2농장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농장을 집단화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절감하겠다는 것.

현재 1차 농산물 생산 위주에서 6차 산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인근에 있는 작은 저수지와 농장 옆을 흐르는 소하천과 연계해 치유와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치유체험농장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지난해 샤인머스캣을 심고 올해는 살구나무를 심은 것도 연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준비작업의 일환이다.

농장 주변에 대한 조경용 수목과 꽃을 심는 경관조성사업을 통해 아름다운 농장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이 마무리되면 도시민을 초청하는 팜파티를 개최하고 휴식과 힐링의 공간을 제공하면서 인근 농가의 농산물 판매도 함께하는 상생구조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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