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중학교 교사 사망사건을 둘러싼 두 개의 시선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2-02 17:48:54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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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제주의 한 중학교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학생 가족에 대해 ‘범죄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고 내사 종결을 결정했다. 경찰은 반복된 민원이 고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 내용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라고 판단했다.[사진=문서현 기자]
지난 5월 제주의 한 중학교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학생 가족에 대해 '범죄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고 내사 종결을 결정했다. 경찰은 반복된 민원이 고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 내용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라고 판단했다.[사진=문서현 기자]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지난 5월 제주의 한 중학교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학생 가족에 대해 '범죄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고 내사 종결을 결정했다.

경찰은 반복된 민원이 고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 내용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라고 판단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2일 브리핑을 열고 지난 5월 제주시 한 중학교에서 숨진 A교사 사망사건과 관련 학생 가족 B씨에 대해 협박·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 형사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 방침을 밝혔다. 사건 발생 6개월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내사종결은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충분한 증거를 찾을 수 없을 경우 정식 사건이 되기 전에 '범죄 혐의점 없음' 등의 사유로 내려지는 처분이다.

경찰에 따르면, 고인이 담임을 맡았던 학급 학생 가족으로부터 올해 3월 이후 전화·문자 연락이 총 47건 있었고, 이 가운데 민원 성격의 항의 전화는 5월 16일 이후 4건 정도로 분류됐다. 경찰은 이 4건에 대해서만 항의성 민원으로보고 통화·문자 대부분은 출결과 생활지도 관련 내용이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A교사는 사망 이틀 전인 5월 20일 새벽, 업무용 노트북에 학생 지도 과정과 민원 처리 경위, 자신의 어려움을 상세히 기록한 경위서를 직접 남겼다. 유족은 이 경위서와 유서를 근거로 "학생 가족의 악성 민원과 학교 측 방치가 고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해 왔다.

경찰은 사건 직후 서장을 팀장으로 하는 12명 규모의 TF를 꾸려, 학생 가족과 유족·동료 교사·학교 관리자 등 10여 명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휴대전화·노트북·업무수첩 등 관련 자료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과 분석을 실시했다.

또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심리부검을 의뢰해 "업무 부담과 민원, 개인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수사에 반영했다.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변사사건심의위원회는 "보강 수사 필요성은 없고 일반적인 변사사건으로 종결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경찰은 "민원 제기 과정이 고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것은 맞지만,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 등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벗어난 협박·스토킹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현재로선 내사 종결이지만, 추후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재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찰 발표 직후, 제주지역 교원단체들은 “고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악성 민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라고 본 경찰 판단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사진=문서현 기자]
경찰 발표 직후, 제주지역 교원단체들은 "고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악성 민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라고 본 경찰 판단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사진=문서현 기자]

# 전교조 제주지부, 경찰의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 판단 현실과 동떨어 진인식

경찰 발표 직후, 제주지역 교원단체들은 "고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악성 민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라고 본 경찰 판단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형사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교육적·행정적 책임까지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상규명은 경찰 수사의 부속 절차가 아니라 교육청이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할 책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경찰이 심리부검 결과와 수사 과정에서 "반복된 민원이 고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사실"을 인정하고도, 해당 민원을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라고 평가한 점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몰린 끝에 극단적 선택까지 간 상황이 과연 용인 가능한 범위냐"며 "이번 발표가 마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모두 밝힌 것처럼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교육청 차원의 진상조사에서는 △제도는 제대로 작동했는가 △관리자들은 책임을 다했는가 △민원 대응 체계는 적절했는가 △어떤 구조적 결함이 비극으로 이어졌는가 등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 수사가 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라면, 교육청 진상조사는 제도의 작동 여부와 책임 구조를 검증하는 과정"이라며, 제주도교육청에 경찰 결과에 의존하지 말고 독립적인 조사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유족이 신뢰하지 않는 진상조사단 구성은 무의미하다며, 교사유가족협의회를 정식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유족 요구안을 수용하라는 요구도 함께 제기했다.

# 제주교사노조, 명백한 조사결과와 재발 방지 이정표 제시 강력 촉구

제주교사노조 역시 별도 입장을 내어 "6개월 동안의 수사 끝에 어떠한 범죄 혐의점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논란이 된 악성 민원 문제와 비교하며 "교사들을 죽음으로 내몬 민원 구조에 또 한 번 면죄부가 주어졌다"고 비판했다.

제주교사노조는 제주도교육청에 대해 "사건의 진상은 무엇이고 선생님을 보호해야 했던 수많은 제도들은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리고 책임자는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청은 명확히 밝혀야 한다"면서 "명백한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의 이정표를 제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교조 제주지부와 교육단체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개별 민원인의 형사 처벌 여부를 넘어, 고인이 왜 학교·교육청의 보호 체계 안에서 지탱되지 못했는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오는 4일 A교사 사망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5개월 가까이 결과 공개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지역 교육단체와 시민사회는 "깜깜이 진상조사"라며 김광수 교육감 발언과 조사단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을 제기해 왔다.

민영뉴스통신사 국제뉴스/startto241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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