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불법 대부업체와 불법추심, 절망 빠트리는 수법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1-14 18:26:09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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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60분' 불법 대부업체와 불법추심/ KBS 제공
'추적60분' 불법 대부업체와 불법추심/ KBS 제공

14일 방송되는 KBS '추적 60분' 1431회에서는 불법추심과 장기채무, 나는 빚쟁이입니다편이 그려진다.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받기가 쉽지 않은 요즘, 담보가 없는 서민들에게 은행 대출의 문턱은 더 높다. 당장 생활에 필요한 돈 빌릴 곳을 수소문해 보지만 쉽지 않은 서민 대출, 그 뒤에는 어떤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을까? '추적60분'은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들의 실태와 그 배경을 취재했다.

■ 소액을 빌려드립니다! 불법 대부업체와 불법추심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소액 대출 광고! 100만 원 안팎의 소액을 담보도 없이 빌려주는 이런 대출은 누군가의 일생을 망치기도 한다.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짓는 최승일(가명) 씨는 지난겨울 귤 운송비가 부족해 한 대부업체에서 70만 원을 빌렸다. 업체는 담보로 최 씨의 지인들 연락처, 차용증을 든 얼굴 사진을 요구해 왔다. 그렇게 원금 100만 원을 빌려 일주일 뒤 이자를 포함해 180만 원을 갚은 최 씨.

업체는 연체료 30만 원을 추가로 요구해 왔다. 약속한 시각보다 30분 늦게 돈을 보냈다는 이유였다. 최 씨가 이를 거절하자 연체료는 열흘 만에 300만 원으로 불어났다. 불법 대부업체였던 이들은 최 씨의 지인들에게 최 씨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차용증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욕설과 협박 전화에 최 씨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다. 빚을 갚으려고도 했지만, 빚은 갚으면 갚을수록 더 늘어났다.

불법 대부업체가 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고 절망에 빠뜨리는 수법은 무엇일까?

■ 굳게 닫힌 은행 문, 그 뒤에 숨은 금융 배제

대출이 필요하다면 가장 먼저 은행을 떠올리지만, 마땅히 담보가 없는 서민들의 은행 대출은 쉽지 않다. 대구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최영태(가명) 씨는 18년 차 자동차 정비사다. 휴일도 없이 매장에 나가 일하지만, 임대료와 공과금을 내기에도 버겁다. 매장을 재정비할 인테리어 비용과 부품을 사기 위한 돈이 필요해 은행에 가 봤지만 번번이 대출 거절을 당했다.

은행 대출이 거부되자 최씨는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공하는 미소금융 대출을 받았지만 이것은 또다른 족쇄가 되었다. 미소금융이 대부업으로 간주되어 이후에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일을 아무리 해도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최 씨는 소액이라도 안심하고 대출받을 곳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초생활수급자 김경학(가명) 씨도 대출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아들의 대학 입학으로 당장 기숙사 비용 140만 원이 필요했지만 김 씨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은 없었다. 김 씨의 신용 점수는 980점이 넘지만, 담보와 수입이 없어 대출을 거절당했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진 현상을 ‘금융 배제’ 개념을 들어 설명한다. 금융 배제는 금융 서비스나 자산을 이용하는 데 있어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을 의도적으로 제외하거나 배제하는 것을 뜻한다. 은행이 안전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유층에 집중하고 서민들에게는 대출을 줄이면서, 은행 이용이 어려워진 서민들은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서민들의 발목을 잡는 오래된 빚, 장기 연체 채무

서민들이 자금 융통이 어렵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장기 연체 채무’ 즉, 과거에 진 빚에 있다.
박경순(가명) 씨는 최근 한 대부업체로부터”2002년에 빌린 200여만 원을 갚으라.”는 전화를 받았다. 23년이나 지나 기억조차 흐릿한 그 빚은 소멸시효가 수차례 연장된, 이른바 ‘장기 연체 채무’였다. 금융 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지만 법원의 지급명령이 있으면 10년이 연장된다. 채무자도 모르는 사이 대부업체가 채권을 사고팔면서 소멸시효는 계속 연장되었고, 수십 년 전 빚의 상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 연체 채무를 사들이고 정리하는 공공기관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다. 장기 연체 채무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자, 캠코가 채무자의 채권 회수에 집중해 은행의 수익을 올릴 뿐 채무자의 사회적 재기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새도약기금 사업을 통해 7년 이상, 5천만 원 이하에 해당하는 금융 취약계층의 장기 연체 채무를 매입해 부분 감면 혹은 전액 소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새도약기금 사업을 두고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 연체 채무소각이 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경제 선순환의 차원에서 필요한 제도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가 오래된 사람들이 평생 빚에 묶여 살아가는 대신, 재기의 기회를 얻어 경제 활동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빚의 굴레에 빠진 서민들의 현실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짚어보는 '추적60분' 1431회 '불법추심과 장기채무, 나는 빚쟁이입니다.' 편은 14일 금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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