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예고 없는 '초강수'가 가져온 새로운 부동산시장 상황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07-19 14:30:44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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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지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임교수)
(사진 = 최지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임교수)

2025년 6월 27일, 정부는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통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대출 규제책을 발표한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 원을 돌파하고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투기 수요가 확산되는 상황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발표 다음 날인 6월 28일부터 즉각 시행되는 '초 강수'였다는 점에서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정부의 '발표 즉시 시행' 원칙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나 금융기관의 시스템 준비 시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주요 은행들은 비 대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신청을 전면 중단했고 이는 대출을 통해 주택 구매를 계획했던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계획에 즉각적인 차질을 야기하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6억 원 한도가 만든 새로운 게임의 룰

이번 규제의 핵심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일률적으로 제한한 것이다. 소득이나 집값과 무관하게 수도권 내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최대한도가 6억 원으로 못 박히면서, 기존의 소득 기반 대출 기준이 사실상 무력화되었고, 정부가 정한 '6억 원'은 시장의 새로운 법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되었고,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의 LTV도 축소되면서 6개월 내 실 입주 의무까지 부과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제한되고,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이 마저도 금지된다. 신용대출 한도 역시 차주별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되어 신용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을 원천 차단한다.

특히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고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강화되면서, 갭투자를 통한 주택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 해진다. 이러한 조치들은 투기 수요를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실수요자들에게도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을 안겨준다.

실수요자를 옥죄는 '무딘 칼'의 부작용

서울의 주택 평균 매매가격이 10억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되면서, 젊은 층이나 자산 축적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이 서울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4억 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게 된다. 이는 사실상 주거 사다리를 걷어찬 것과 같다. '갚을 수 있어도 못 빌리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고가 아파트 시장은 대출 없이 수억 원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로 변모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주택 구입 시 6개월 내 실입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여 전월세를 놓던 매물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세 매물 감소로 이어져 전세 가격 불안정성을 심화 시키고, 월세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최근 신규 아파트 공급 감소와 빌라 전세 사기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전세 수요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는 임대시장 불안정을 더욱 부추길 위험성을 내포한다.

경매 시장 역시 혼란에 빠진다. 경매로 낙찰 은 주택을 담보로 한 경락잔금 대출에도 수도권 6억 원 한도 및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적용되면서, 경매의 본래 목적인 '채권 회수'와 상충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응찰자가 줄어 유찰이 거듭되면 최저 입찰가와 낙찰가격이 하락하여 채권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내국인만 옥죄는 '역차별' 논란

이번 규제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외국인에 대한 사각지대이다. 내국인에게는 주택담보대출 6억 원 한도 및 6개월 전입 의무 등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반면, 외국인이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수도권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규제에서 사실상 면제된다.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외국인은 총 5,153건의 아파트 및 오피스텔 소유권 이전을 등록했으며, 이 중 중국인이 66.9%를 차지한다. 특히 이들 거래의 70%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하여 외국인들이 '규제 프리존'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인의 중국 내 부동산 취득은 극히 제한적인 반면 중국인의 국내 취득은 자유로운 '상호주의 원칙' 위배 논란도 가중된다. 정부는 '해외 자금 흐름을 모두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외국인의 투기성 거래를 사실상 방치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국내 부동산 시장 과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해외 투기 자본에 대한 통제 없이 내국인만 옥죄는 정책은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냉혹한 현실과 생존을 위한 구체적 전략

6·27 대출규제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계층 간 자산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다. 고가 아파트 투자는 현금 보유가 절대적 기준이 되므로, 현금이 부족하다면 6억 원 이하의 우수 입지 물건이나 재건축·재개발 입주권 등 규제 사각지대 상품에 주목해야 한다. 실수요자는 서울 거주를 고집한다면 충분한 현금 확보가 필요하며, 그렇지 않다면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임차인은 전세 시장의 불안정에 대비하여 안정적인 계약을 확보하고 월세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정부 정책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자산 구조를 만들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피하며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 시장의 '골든 타임'은 끝났으므로 험난한 시기를 버텨낼 체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다.

※ 외부 기고 및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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