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중립’ 명분 뒤 폐기물 사용
국가 기간산업이자 탄소중립의 첨병으로 여겨졌던 시멘트산업이, 사실상 폐기물 무단 처리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현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국내 시멘트 공장은 80여 종의 폐기물을 원료나 연료로 대체 사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포함된 시멘트 제품이 주택과 건축물에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자신이 사는 집에 어떤 폐기물이 들어갔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시멘트 제조사에 대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됐지만, 시공사(주택건설업자)에게는 아무런 공개 의무가 없어 여전히 소비자는 알 권리를 박탈당한 상태다.

■“주택법 개정 시급… 시멘트가 안전해야 집이 안전하다”
황운하 의원과 문진석 의원이 공동 발의한 ‘주택법’개정안은, 건설업자에게도 폐기물 시멘트의 성분과 제조사, 사용량 등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범대위는 “이 법안은 ‘쓰레기 시멘트’의 실체를 드러내 국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박남화 위원장은 “깨끗한 주거환경은 정보공개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새집증후군이나 아토피 같은 질환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라도 국민이 시멘트의 성분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시멘트업계를 대변해 염화물 기준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런 무책임한 시도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반입기준 강화와 환경배출기준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특히 △질소산화물(NOx) 배출기준을 50ppm으로 강화, △SCR(질소산화물 저감장치) 설치 의무화, △총탄화수소(THC) 항목의 TMS(굴뚝자동측정기기) 포함, △소성로 표준산소농도 13%→10%로 강화 등은 공통된 요구 사항이었다.
장준영 환경자원순환업생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시멘트 공장이 대기오염의 진원지가 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소각시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느슨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며 “시멘트 공장을 사실상 ‘폐기물 소각장’으로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환경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민은 떠나고, 도시는 사라진다”…“시멘트 환경문제, 대선 후보가 답하라.”
지방 시멘트 공장이 위치한 제천, 동해, 영월 등 지역 주민 대표들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환경오염에 따른 인구 유출과 지역 공동화 문제를 호소했다.
이상학 제천시민모임 대표는 “시멘트 공장이 있는 지역은 인구소멸 속도가 다른 지역의 두 배”라며 “공해에 시달리는 젊은 층이 도시를 떠나고, 그 자리에 아무도 오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멘트 산업의 잘못된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지역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범대위는 대국민 캠페인의 포문을 열고 각 대선 후보들에게 정책 협약을 촉구하고 나섰다. 범대위는 최근 국회 앞에서 가진 출정식에서 시민 대상 피켓팅과 퍼포먼스를 통해 본격적인 대국민 캠페인을 시작했다. 시멘트 산업의 환경 피해를 ‘국민 생명권’의 문제로 규정하고 향후 각 대선 후보들과의 정책 전달 및 정책 협약식 추진 계획도 밝혔다.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습니다. 시멘트 환경문제는 특정 지역의 민원이 아닌, 국민 모두의 생명권 문제입니다.” 기자회견 말미, 박남화 위원장의 이 한마디는 이번 이슈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이슈&피플] 박남화 위원장 “쓰레기 시멘트,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시멘트 제조 사용 폐기물… 국민 건강 위협, 정보공개·환경기준 강화 촉구

“시멘트 제조 시 사용되는 유해 폐기물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박남화 위원장은 “시멘트업계가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폐기물 사용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로 인해 공장 주변 환경은 악화되고, 국민 건강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는 폐기물은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석탄재, 오니류 등 88종이 넘으며, 이들에는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다수 국민은 해당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나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음에도, 어떤 폐기물이 사용되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폐기물관리법’개정으로 시멘트 제조업자의 정보공개 의무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범대위가 가장 심각하게 문제 삼는 것은 6가크롬(Cr-VI)이다. 박남화 위원장은 “6가크롬은 발암물질로, 아토피 등 피부질환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시멘트업체 자율에 맡겨진 관리 수준은 EU나 미국에 비해 매우 느슨하다”고 강조했다. EU의 기준은 2ppm, 미국은 5ppm인데 반해, 국내는 20ppm으로 설정돼 있다. 카드뮴, 수은, 탈륨 등 중금속에 대해서는 기준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주택법’개정안이 발의됐다”며 “이 개정안은 주택건설업자에게 폐기물 시멘트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국민의 알 권리와 건강권, 환경권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업계는 오히려 폐기물 사용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를 시도 중이라는 게 박 위원장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염화물 기준 완화다. 박 위원장은 “염화물 기준이 완화되면 염소계 유해성분이 포함된 독성 폐기물까지 시멘트에 사용될 수 있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박 위원장은 “범대위는 국회에 ▲시멘트공장에 반입되는 폐기물의 종류를 제한하고 기준을 전면 재검토할 것 ▲ 질소산화물(NOx) 배출 기준을 소각시설 수준인 50ppm으로 강화하고, SCR 설치를 의무화할 것 ▲총탄화수소(THC)를 TMS(굴뚝자동측정기기) 항목에 추가해 상시 관리할 것 ▲시멘트 소성로의 표준산소농도 기준을 13%에서 10%로 강화할 것 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끝으로 “대선 후보들과 국회는 시멘트공장의 환경문제를 특정 지역의 민원이 아닌 국가적 의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데 책임 있는 입법과 정책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