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친환경이니까 하는 실천’보다 더 이상적인 세상은 ‘실천하다 보니 친환경’인 것이다. 나들이도 마찬가지다. 환경친화적이라서 어떤 장소에 가는 빈도는 잦지 않다. 가서 놀고 즐기다 보니 친환경적으로 활동한 것이 되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나들이 장소를 선정하는데 마음을 치유하러 자연 속으로 가는 것을 제외하면 친환경성을 기준으로 두는 사람은 흔치 않다.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하니 해당 장소가 친환경적인 장소인 더 자연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이상에 가까워지고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시흥시에 있는 갯골생태공원이다. 갯골생태공원은 과거 우리나라 소금의 30%까지 생산하는 거대한 염전이었으나, 1996년 문을 닫았다.
이후 갯골과 초지 군락지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일부를 제외하고는 생태 공원으로 재조성 됐다. 갯골생태공원 내부에는 주차 시설이 크게 조성돼 있으며 수도권 전철 서해선 시흥시청역이나 시흥능곡역에서도 5번 버스를 타고 공원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서는 사진 찍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공원의 안쪽에 있는 흔들전망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전망대는 갈대로 둘러싸여 있다. 이 갈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흔들전망대 위로 올라가도 풍경 사진을 찍기 위해 관련 장비를 들고 오는 사람도 많았다. 더구나 이 전망대는 꽃밭, 물가, 평야 등 어느 방향으로 보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져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공원 내부 곳곳에는 식물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 명소가 많다. 몇 년 전부터 핑크뮬리 등 꽃밭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핑크뮬리, 벚꽃 등 다채로운 식물 사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공원 내부에는 철거하지 않은 염전이 있는데, 4월부터 10월의 주말과 공휴일에는 직접 염전을 체험하고 소금 창고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체험은 우리 주변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체험이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본 것을 제외하면 실제로 염전에 가 보거나 체험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특수성이 친환경 장소에 들어간다면 매력을 더할 수 있다.
같은 기간에 운영하는 수상자전거도 우리 주변에서는 쉽게 체험하기 어려운 것으로, 사람들이 공원을 찾는 데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 염전에 쓰였던 타일이나 소금을 나르는 기차를 전시하고 설명한 것도 이와 같은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꽃 사진을 찍는 연인들, 벤치에 앉아서 쉬는 노부부, 피크닉 하는 가족들,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 야생동물을 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 잔디광장에서 연을 날리거나 캐치볼을 하는 어린아이. 이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특정 나이, 성별, 방문 목적에 한정되지 않고 모두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끌어모을 수 있다.
단순히 방문 목적이 다양한 것을 넘어 이들을 동시에 하기 쉽다는 것도 장소의 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공원 내부에는 정자가 많아 힘든 사람은 쉬다 갈 수 있고 사진을 찍는 도중 산책하고 싶으면 분위기 있는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나들이 활동 여러 개를 동시에 실천할 수 있다는 점도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한다.
공원 내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는 것은 자연적 요소만으로 마음의 안정감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유명한 나들이 장소를 조성하기 위해 인위적인 요소를 과도하게 넣으면 오히려 재생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역설적인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수도권에 있으며 서울에서도 멀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에 이런 자연 그대로의 측면도 드러난다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이 공원에 들어갈 때와 나갈 때 주차장에는 차로 가득 차 있었고 공원에서 시흥능곡역으로 가는 5번 버스에도 사람들이 많이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사람들이 이 장소를 많이 찾는 이유는 나들이에서 꾸준하게 인기가 많은 요소를 친환경성과 접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갯골생태공원은 버려지는 공간을 재생했음에도 사진 명소로 경쟁력이 있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버려지는 염전을 오히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염전 체험과 소금 창고 탐방으로 전환해 환경과 인기 모두를 잡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친환경성을 인기 많은 활동과 연결한다면 더 많은 사람의 발길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시 차원에서도 이에 관한 관심을 두는 것도 중요하다. 시흥시에서도 갯골생태공원을 시 명소를 넘어 국가적 명소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 끊임없는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시흥시는 도시 자체의 이미지를 탈바꿈한 도시 중 하나다. 과거 시흥시는 산업 단지의 조성으로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를 증명하듯 시화호는 완공 3년 만에 여러 산업폐기물과 중금속이 유입돼 ‘죽음의 호수’로 불리기도 했다.
호수에 사는 생물은 떼죽음을 당했고 시화호에는 그 어느 생물도 살 수 없었다. 이에 심각성을 느낀 시화호 관리 담당인 한국수자원공사는 담수화를 철회하고 조력발전을 통해 시화호 복원에 힘썼다. 그 결과 오염 전 호수에 살았던 생물들이 다시 서식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화학적 산소요구량의 끊임없는 관리를 통해 환경오염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에서의 관심도 중요하다. 각 도시가 나들이 장소를 어떻게 하면 더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와 사람들이 더 많이 찾게 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면 더 자연스러운 친환경 나들이가 가능할 것이다.
시리즈 4편에서 친환경 소품 가게 관계자는 친환경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그 효과를 장기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같은 맥락으로 단순히 친환경적인 장소라서 찾아와 달라고 홍보하는 것은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없다. 한두 번은 갈 수 있겠지만 여러 번 찾아가기는 쉽지 않고 단순히 친환경적이라서 가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처럼, 친환경 그 자체를 목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들이는 우리의 여가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여러 주체가 인기 있는 나들이 장소에 친환경 요소를 투입하거나 환경친화적 장소에 유행을 추가한다면 일상 속에 친환경이 자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과도하게 이에 집중하면 이 두 요소를 연결 짓는 과정에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도 어떻게 하면 나들이에 친환경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매주 하는 나들이를 통해 탄소 절감이 쌓이면 탄소중립 실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