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현지시간), 결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천일을 맞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양국의 결전 의지가 확고해 휴전이나 종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국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미국이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금기해왔던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사용과 대인지뢰 제공을 허용함에 따라, 또 다른 국면으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이미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는 실제 공습에도 투입됐다. 이에 대한 맞불로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핵 교리(독트린)를 발표했는데, 주요 내용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고,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에‘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공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상황을 잠시 평가해본다면, 별도의 새롭고 획기적인 카드가 나오지 않는다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전쟁 당사자 양국 간 갈등이 더욱 고조되어 확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이 그동안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읍소에도 승인하지 않았던 일들을 왜 갑자기 승인한 것일까. 그것도 내년 1월이면 임기를 마치는 대통령이 말이다.
이번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과 태도 때문이라는 판단이 든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데다가, 만약에 취임하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을 걸고 휴전을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최근 러시아에 북한군까지 투입됐으니, 결단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지난 6월, 북한이 러시아와 조약을 체결할 때부터 이미 예상은 했지만, 이제껏 북한이 지상군을 대규모로 파병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을 감행할지는 미지수였다.
당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조약’에 합의했는데 'Give & Take'의 국가 간 실리주의 관례에 따라, 북한은 현재 전쟁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러시아에 파병하고, 러시아는 국제적 고립에 처해 북한이 갈증을 느끼고 있는 식량과 에너지 등 경제적 지원과 군사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파병이 확전과 장기전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처음에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북한의 파병, 전투배치에 대해 아직 증거가 없다고 언급했지만, 우리 정보기관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증거들이 하나둘씩 쏟아지면서 입장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으로 구성된 총 1만2000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결정했고, 위성사진을 통해 러시아 해군함으로 특수부대 1500여 명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미 수송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 병력은 특수작전군 예하 정예부대인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11군단이다.
러시아의 전쟁은 국제형사재판소 규정과 UN 헌장 등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이므로, 작년 8월부터 70여차례 러시아에 포탄⋅미사일⋅대전차 로켓 등 무기를 지원하고, 이번에 전투병력까지 지원한 북한 또한 위법행위에 가담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미국의 CNN은 우크라이나에서 공유한 영상을 토대로 북한군이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군복과 장비를 받는 모습과 한글로 작성된 러시아의 군복과 군용품 치수 설문지를 보도했고, 파병군인들이 러시아와 중국 국경 근처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적응훈련을 마치고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고 한다.
한편 러시아에 파견한 북한군은 우리 국방장관이 언급한 것처럼, '파병'이 아니라 '용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러시아전에 투입된 북한군은 자신의 지휘체계가 아닌 러시아군 통제에 따라, 자신의 군복도 입지 않고 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의견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은 진정 ‘총알받이’는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기도 했다. 최근 공개된 드론 영상을 보면, 기계화 전술에 단련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북한군 보병이 러시아군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장갑차에서 하차한 북한군을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 남겨두고 철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이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취약한 평양 방공망을 보강하기 위해 관련된 장비와 대공 미사일과 위성과 관련된 기술, 100만 배럴 상당의 원유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한의 군사지원은 러시아전에 참전한다는 단순한 계산으로 남의 일처럼 접근해선 결코 안 된다.
먼저, 러시아가 그 대가로 북한에 첨단 전투기⋅방공무기 등 군사 장비, 미사일⋅핵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면 종국에 이르러서 우리는 물론, 한반도 주변 국에게 더욱 심대하고 강력해진 군사위협과 도발 행위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들의 지원을 빌미로 유럽 국가들도 우크라이나에 파병을 결정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러시아가 이미 경고한 것처럼 핵무기를 카드로 꺼내서 자칫 세계전쟁(대전)으로 번질 수도 있고,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세계의 경제에 타격을 받아 공동체인 우리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 군과 안보 관련 기관은 물론, 시민들도 현 상황을 직시하고 안보의식을 확고히 가다듬어야 한다. 오직 자신의 절대권력을 공고히 유지하고, 독재정권과 체제 존립에만 혈안이 되어 자신의 국민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지도자가 과연 정상인지 먼저 묻고 싶다. 그러하니 용병으로 지원된 그들도 얼마나 충성심 있게 최선을 다해 전투에 임할지도 의문이다.
인류평화에 반하는 야만적인 행위인 전쟁에 휘발유를 붓는 광기 어린 국제적 도발 행위를 자행한 북한을 강력히 규탄한다. 또 급변하는 상황에 걸맞는 정부의 민첩하고 적시 적절한 대처를 기대한다.
거시적으로 우리의 주적과 손을 맞잡은 러시아와 외교 관계 방향을 재설정해야 하되, 경제적으로는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방책으로 부정적 파장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고, 미시적으로는 북한의 한반도 도발 동향의 변수와 위협수준을 면밀히 분석해서 공백없는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안보적 사안만큼은 정쟁보다 협력적 자세로 '북한 규탄 결의안'을 원만하게 채택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를 촉구해주길 바란다. 최근 경의선⋅동해선 도로 폭파와 오물풍선 등 북한의 비상식적인 도발에 대해 국내의 안보력 결집과 동시에 국제적 공조가 절실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