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우 "故 유상철, 날 프로선수로 만들어줘"

[ MK스포츠 축구 ] / 기사승인 : 2024-04-19 00:18:0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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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을 측면 수비수로 바꾸지 않을래?”

대학생 설영우(25·울산 HD FC)의 축구 인생을 바꾼 한마디다. 설영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설영우는 울산 유소년팀(현대중·고등학교) 출신으로 울산대 1학년 때까지 측면 공격수로 성장했다. 측면 수비수는 단 한 번도 맡아본 적 없었다.

설영우는 울산대 2학년 때부터 풀백으로 뛰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설영우는 U-리그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태극마크를 달고 2018년 한·일 덴소컵에 나섰다. 대학교 3학년이었던 2019년엔 2020 도쿄 올림픽을 준비 중이던 U-23 대표팀에 처음 소집됐다. 설영우는 같은 해 태극마크를 달고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도 출전했다.







설영우는 2020시즌 울산 HD FC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설영우가 존재감을 나타내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설영우의 프로 2년 차 시즌(2021)이었다. 설영우는 이 시즌 K리그1 31경기에서 뛰며 2골 3도움을 기록했다. 설영우는 좌·우 풀백을 모두 소화하며 울산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설영우의 경쟁자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섰던 국가대표 풀백 홍 철, 김태환이었다.

설영우는 2021시즌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다. 설영우는 시상대에 올라 자신의 장점과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스승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측면 공격수로만 성장했던 설영우에게 측면 수비수로의 포지션 변경을 권했던 스승. 대학생 설영우를 지도했던 故(고) 유상철 감독이었다. 설영우는 당시 시상대에서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하늘에서 보고 계시겠지만,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이자 영원한 스승님 유상철 감독께 감사하다. 감독님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면 정말 좋았을 거다. 감독님이 내게 ‘잘 커 줘서 고맙다’고 해줬을 것 같다. 감독님이 너무 보고 싶다.”







2024년. 설영우는 울산의 K리그1 2연패 주역이자 국가대표 주전 풀백이다.

설영우는 2024시즌 울산의 K리그1 3연패와 통산 3번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도전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 설영우에게 4월 17일 홈에서 치른 ACL 준결승 1차전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의 대결은 남달랐다.

울산은 이 경기에 앞서 요코하마, AFC에 협조를 구했다. 울산은 홈에서 치른 ACL 준결승 1차전 요코하마전에서 유상철 감독을 기리는 시간을 마련했다.

유상철 감독은 선수 시절 울산에서만 9시즌을 뛰며 팀의 K리그 우승 2회, 슈퍼컵(폐지) 우승 1회, A3 챔피언스컵(폐지) 우승 1회 등을 이끌었다.

요코하마 유니폼을 입고서도 4시즌 간 뛰며 팀의 2차례 리그 우승을 책임졌다. 요코하마가 첫 ACL 준결승전이란 중요한 경기에서 울산의 요청을 수락한 가장 큰 이유다.





설영우를 비롯한 울산 선수들은 17일 유상철 감독의 생전 모습이 담긴 반소매 티셔츠, 추모용 머플러를 목에 두른 채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그리고 요코하마를 1-0으로 이겼다. 설영우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울산이 ACL 결승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데 이바지했다.

설영우는 “내겐 좀 특별한 하루였다”며 “경기 전 울산이 준비한 유상철 감독님의 영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살아 계셨다면 내게 ‘오늘 꼭 이기라’고 하셨을 것 같다. 경기 전 감독님 영상이 나오는 데 66번 등번호를 달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이더라.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났다. 유상철 감독님은 내가 프로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다. 내 축구 인생에서 정말 감사하고 특별한 분이다. 감독님이고 특별한 스승님, 선배님이시다. 감독님이 정말 많이 보고 싶다.” 설영우의 진심이다.

울산=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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